자궁외임신의 일종인 자궁각임신(Interstitial pregnancy, Cornual pregnancy, Angular pregnancy)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용어의 정의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Interstitial pregnancy, Cornual pregnancy, Angular pregnancy는 흔히들 혼동되거나 통용되기도 하는 용어이므로 단순히 자궁각임신이라고 하겠는데 엄밀히 말하면 Interstitial pregnancy가 가장 합당한 용어입니다.

나팔관은 구역에 따라 난관채(fimbria), 팽대부(ampulla), 협부(isthmus), 간질부(interstitial part)로 구분되는데 자궁각임신은 나팔관과 자궁의 경계가 되는 간질부(interstitial part)에 생기는 자궁외임신의 일종입니다. 자궁각의 여러 가지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보통 자궁외임신의 치명률이 0.1% 인데 반해 자궁각임신의 치명률은 여전히 3-4% 정도로 다른 type의 자궁외임신보다 3-40배 높은 치명률을 보이며 향후 임신 때 임신능 저하, 조산, 자궁파열, 자연분만 불가능이라는 상황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부분이 간질부(Interstitial part)이자 자궁각인데 자궁각임신이 치명적인 해부학적 이유를 하나씩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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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곳은 Vascular confluence region(혈관 합류지점) 또는 Vascular conference region(혈관들이 만나서 회의를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큰 혈관인 자궁동맥의 상향분지(Ascending branch of Uterine artery)와 난소동맥의 난관분지(Tubal branch of Ovarian artery)가 합류하는 곳이고, 바로 근처에 정맥도 비슷한 형태로 분포하고 있으며 임신중에는 혈관이 확장되어 혈류량이 매우 증가하기 때문에 인체 어느 장기 못지 않게 혈류량이 많은 곳입니다.

둘째, 나팔관의 간질부(interstitial part)는 자궁의 근육층내에 분포하고 있는데, 자궁의 근육층은 탄성이 매우 커서 임신 17주에 뒤늦게 파열된 사례도 있을 정도로 상당히 임신주수가 진행될 때까지 파열되지 않고 있다 갑자기 터져 버리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수도꼭지 틀어 놓은 듯 한 많은 출혈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Interstitial part는 자궁과 나팔관의 경계부이기 때문에 정상 자궁내임신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서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넷째, 자궁각임신의 특성상 임신낭을 감싸고 있는 자궁근육이 얇아져 있고 혈관이 풍부해서 쉽게 터지거나 천공(구멍이 나는)이 됩니다.(인공임신중절시술때 천공되는 사례)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기존치료는 자궁각임신쪽의 나팔관을 절제하고, 자궁각의 일부를 쐐기(wedge)모양으로 절제를 해야 하니 향후 임신능, 조산, 자궁파열, 자연분만 불가능이라는 많은 재앙적 상황을 촉발시키는 방아쇠(trigger point)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궁각임신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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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각임신을 진단하는 초음파 진단기준에 Interstitial triad라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자궁내막이 비어 있어야 하고,

둘째 자궁내막에서 임신낭까지의 길이가 1cm 이상이어야 하고

셋째 자궁각의 임신낭에서 자궁내막으로 향하는 고음영의 선(Interstitial line sign)이 보이는 것을 자궁각임신의 진단기준인 Interstitial triad라고 합니다.

또한 임신낭을 둘러싸고 있는 자궁근육층이 매우 얇아져 있고, 초음파 컬러 도플러 소견상 혈관이 발달(Solid Ring of fire)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이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특히 자궁기형이 있는 경우와 자궁내막에 유착이 있는 경우는 정상임신 때도 이러한 소견을 보일 개연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본사진의 저작권은 국제학술지 Fert & Steril. 그리고 HER산부인과에 있습니다. 퍼가시면 안됩니다.

자궁각임신(Interstitial pregnancy)의 전형적인 초음파 소견이고 interstitial triad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Figure.1은 필자가 2009년 제 1저자로 국제 학술지 “Fertility & Sterility”에 게재했던 논문의 사진인데 사진 A의 화살표머리(arrowhead)로 표기된 부분이 자궁각임신인데 임신낭이 원래의 위치인 자궁내막이 아닌 자궁밖으로 돌출되어 있고, 사진 B는 다른 환자의 초음파 컬러 도플러(Color Doppler) 사진인데 Solid Ring of Fire(불꽃반지)라고 표현하는 임신낭을 둘러싼 혈류증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부학적 특성상 자궁각임신은 오진되거나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고 혈류량도 많아서 자연적으로 또는 시술도중 파열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대량출혈을 야기할 수 있고 향후 임신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 자궁각임신이 파열되는 경우는 자궁각임신 자체가 드문 질환이다 보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초음파를 시행하고 정상임신으로 오인하여 낙태시술을 하는 과정에서 얇아지고 팽창되고 혈관이 엄청나게 발달한 자궁각 부위를 뚫어 버리는 경우인데 환자가 의식을 잃을 정도로 엄청난 출혈을 순식간에 하게 됩니다.

임상적으로 질 외부로는 출혈이 그리 많지 않은데 환자는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을 잃는 경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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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극은 자궁각임신의 파열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새로운 재앙의 출발점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유형의 자궁외임신은 나팔관을 절제하든, 약물치료를 하든, 부분 절제후 재문합을 하든 그것으로 모든 자궁외임신의 이벤트가 끝나는데 반해 자궁각임신은 다음 임신 때 정상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자궁각임신 부위쪽으로 다시 파열이 되거나, 또는 자궁각을 쐐기형으로 잘라냈을 때 자궁의 일부와 그쪽 나팔관은 어쩔 수 없이 절제해서 포기해야 하므로 임신능이 떨어지거나, 절제되어 왜곡된 자궁내막 모양 때문에 예정일보다 먼저 진통이 걸리는 조산통을 유발하거나, 자궁파열의 위험 때문에 자연분만은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진단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가 있고, 문제는 치료방법인데 아직도 산부인과 교과서에서는 자궁적출술이나 개복수술을 통해 임신이 된 자궁각 부분을 쐐기모양으로 잘라내고 그쪽 나팔관을 절제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1988년 Reich가 복강경을 통해 최초로 자궁각임신의 치료에 성공하였고, 1982년 Tanaka에 의해서 MTX를 통한 약물치료, 1989년 Meyer에 의해 자궁내시경(Hysteroscopy)을 통한 자궁각임신의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자궁각임신 자체가 드문 질환이며 응급상황이고 각 병원별 자료 공유가 되기 어렵다 보니 기껏해야 증례발표 정도로 교류가 한정되어 몇 십 년 가까이 치료법은 정체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대량출혈의 위험 때문에 복강경을 통한 자궁각임신의 치료는 더더욱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서 수술위험도를 줄이고 생식능의 보존을 기대할 수 있는 수술법들이 속속 개발되었습니다.부산 문화여성병원 문화숙원장은 자궁각부분을 올가미처럼 생긴 엔도루프(Endoloop)로 포획하거나, 자궁각부분을 봉합하는 방법(Encircling suture)을 이용해 혈류를 차단해 대량출혈의 가능성을 낮춘후 자궁각을 절제하는 수술을 보고하여 산부인과 교과서의 바이블 "Williams Obstetrics"에 수록되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거의 유래가 없는 상당한 페이지에 걸쳐 수술방법과 수술결과들이 기술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문화숙원장의 수술법은 혈류를 미리 차단하여 자궁각임신의 복강경수술에 큰 장애물로 여겨지던 대량 출혈의 가능성을 없애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위대한 혁신입니다.

이후 광주 은병원 은대숙 원장은 기존의 자궁각임신 수술에서 절제해야만 했던 자궁각과 나팔관을 보존시키는 업그레이드 된 수술법을 고안 하였습니다.

임시 터니켓(Temporary Tourniquet)처럼 자궁각 주변을 Catgut이라는 봉합사로 연속봉합(continuous running suture) 방식으로 봉합해서 매듭을 짓고, 임신낭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발달된 자궁벽내에 강력한 혈관 수축제인 바소프레신(Vasopressin)을 희석해서 주입후 수술하는 방법입니다.

임시 터니켓으로 자궁각임신 주변을 감고 바소프레신을 주입해 대량출혈의 위험이 원천 차단된 상태에서, 자궁각임신의 벽을 절개해서 느긋하고 정확하게 수태산물을 제거하고 절개된 자궁을 봉합한후 임시적 터니켓(Temporary Tourniquet)의 매듭을 잘라 임시 터니켓 전체를 제거해 버리면 자궁각임신의 수술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며 자궁각이나 나팔관을 절제하지 않아도 됩니다.

출혈위험도 없고 병변쪽 나팔관과 자궁각을 보존할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는 향후 임신에서 임신능 저하, 자궁파열, 조산, 자궁내막과 자궁근육의 변형등의 위험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수술법은 필자가 논문으로 작성하여 세계 유명 학술지인 “Fertility & Sterility”(Impact factor 당시 산부인과 2위)에 게재하였고, 2008년도 유럽 부인과내시경학회(ESGE)와 미국 부인과내시경학회(AAGL) 연례 학술대회에서 구연(Oral session)으로 발표하였습니다.

Laparoscopic cornuotomy(복강경을 통한 자궁각 절개술)의 향후 생식능에 대한 추적관찰 역시 시행되었고, 필자가 논문으로 작성하여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였습니다.

임신터니켓을 이용한 자궁각 절개술(Laparoscopic cornuotomy)후 3개월후 촬영한 자궁난관조영술(Hysterosalpingography)에서 양측 나팔관(화살표 머리)의 개통이 확인되었고, 난관채를 통해 조영제가 복강내로 유출되는 것(열린 화살표)을 통해 완벽하게 양측 나팔관의 기능이 보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시행했던 부분은 약간의 함몰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개통성은 보존되어 있고 하얀색 조영제로 채워진 자궁내막의 영상에서 자궁의 전체적인 형태가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자궁난관조영술 사진과 동일한 환자의 수술후 3개월후에 MRI를 촬영했는데 수술부위의 자궁근육 두께와 정상이었던 반대쪽 자궁근육두께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각 절개술은 안전하면서 해부학적인 생식능 보존에 기여할 수 있는 수술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