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통로(싱글포트)수술은 배꼽에 단 한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배속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서 하는 수술
당연히 흉터도 작고, 통증도 작고,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음

개복수술:
옆으로 또는 위아래로 길게 절개하는 방법
흉터가 크고
통증도 심하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림


기존의 복강경수술:
3-4개의 구멍을 뚫어서 복강경을 통해 하는 수술.
개복술보다는 흉터가 작기는 하지만 여전히 작은 흉터는 남을수 있음

단일통로(싱글포트)수술:
배꼽에 단 한개의 작은 절개를 통해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방법,
보이는 것처럼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름

수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이라면 복강경을 비롯한 내시경적수술의 도입일 것입니다.
개복수술처럼 길게 절개해서 상처를 크게 내고 하는 수술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빠른 회복속도, 적은 통증, 거의 보이지 않은 흉터...

수많은 수술의사들이 "뭐하러 그렇게 답답하게 수술하지? 확 열고 쉽게 하면 될걸" 하는 냉소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복강경의 선지자들의 끊임없는 노력끝에 오히려 개복수술보다 수술도 쉽고 시간도 적게 걸리는 수술기법과 장비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흉터를 조금이라도 적게하고 조금이라도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한 최소침습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의 목표를 향한 외과의사들의 노력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제 2의 위대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단일통로수술(싱글포트수술,single port surgery)이 재탄생되었습니다.

즉 개복수술이 배에 길게 절개를 해서 하는 수술이고, 기존의 복강경수술이 3-4개정도의 구멍을 뚫어서 하는 수술이라면 단일통로(싱글포트)수술은 배꼽에 단 한개의 작은 구멍만을 뚫어 수술하자는 제안입니다.

당연하게도 단 한개의 구멍만 뚫으니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고 배꼽을 펼쳐서 절개를 배꼽 안쪽에 넣으니 흉터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획기적인 수술이지만 기구끼리 충돌하는등 수술의사에게는 상당히 어렵고 인내가 필요한 수술방법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환자의 만족도는 기존의 수술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단일통로(싱글포트)수술이 최신개념인듯 하지만 개발된지 40년도 더 된 수술방법입니다.
가장 처음 단일통로수술이 적용된 분야는 산부인과의 불임시술분야로 1969년에 Wheeless 와 Thompson이라는 사람들이 배꼽에 단 한개의 구멍을 뚫어 난관불임수술을 시행했던 수천명의 임상결과를 발표하였고 1991년도에는 Pelosi라는 사람이 배꼽에 단 한개의 구멍을 뚫어 자궁적출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단일통로(싱글포트)수술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술방법의 어려움때문에 몇십년동안 잊혀져 버렸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산아제한 국가정책에 따라 배꼽수술이라고 해서 배꼽을 통한 불임시술이 대유행한적은 있지만 그 이상의 복잡한 시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그런데 몇십년동안 잊혀졌던 단일통로수술이 복강경수술기법의 발달과 수술장비의 발달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시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2008년 유럽부인과내시경학회에 참석했을때, 청중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강연의 주제는 온통 단일통로(싱글포트)수술과 로봇수술이었습니다.
이를 직접 목도하며 우리나라에도 곧 싱글포트수술이 대세가 될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보다 뒤쳐지지 않는 시점부터 싱글포트수술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임상의사들이 싱글포트수술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반드시 넘어야 할 싱글포트수술의 몇가지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험적으로 몇건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처음은 힘들고 어렵지만 인내를 가지고 어느정도 임상경험이 쌓이면 이전 수술과 수술시간과 합병증발생빈도가 별반 차이가 없게 됩니다.
마치 복강경수술이 처음에는 개복수술보다 합병증도 많고 시간도 훨씬 오래걸렸지만 요즈음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보다 수술시간이 짧은 것처럼 싱글포트수술도 임상경험이 쌓이다보면 기존의 복강경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시간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싱글포트수술이 단순히 배에 뚫는 구멍의 갯수만 줄인것은 아닙니다.
복강경수술에 대한 기본 개념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기존 복강경수술의 기본원리는 삼각회전운동(triangular movement)와 지렛대효과(leverage effect)였습니다.
즉 복벽에 구멍을 뚫고 구멍에 고정된 trocar를 통해 수술을 하려는 타겟장기가 삼각형의 꼭지점이 되도록 기구를 삽입하고 기구끝의 각운동과 고정된 trocar를 이용한 지렛대 효과로 조직을 박리하고 펼치고 봉합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 원리였습니다.
그런데 싱글포트수술은 이러한 각운동과 지렛대효과를 기대할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구의 방향이 기존의 복강경수술과는 달리 서로 부딛칠 정도로 평행하게 배치 되어 있고 결국 지렛대효과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싱글포트수술의 기본원리는 기존 복강경수술과 달리 직선의 전진후진운동(Linear to and fro movement)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즉 복벽에 뚫는 구멍갯수 자체의 문제가 아닌 수술의 기본원리가 변해야 하고 집도의사와 보조자의 위치, 모니터의 위치 또한 그에 걸맞게 변화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싱글포트수술은 극복할수 없을만큼 어렵고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며 결국은 임상의사들이 싱글포트수술을 포기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입니다.

필자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일단 어느 정도의 임상경험이 쌓이게 되자 수술시간이나 합병증발생빈도면에서도 기존의 수술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고 그간의 임상경험을 모아 국제 SCI급 학술지에 3편의 논문을 내고 싱글포트수술을 처음 접했던 유럽내시경학회(ESGE)에 가서 발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싱글포트수술의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하지만 특히 산부인과 수술에 가장 적합한 수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산부인과의 자궁적출, 난소낭종, 나팔관절제등은 창자처럼 이어줄 필요 없이 떼어 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싱글포트로 가능한 산부인과 수술은 자궁적출술, 나팔관절제술, 난소낭종절제술, 장막하근종절제술등이고 한국의 의료수가 특성상 고가여서 사용이 쉽지 않지만 구부러지는 복강경장비(articulated instruments)를 이용한다면 훨씬 복잡한 수술까지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싱글포트를 통해 자궁적출을 했던 환자의 배꼽사진입니다.
무려 750 그램의 큰 자궁이었는데 흉터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MIS(Minimally Invasive Surgery)라는 SCI 학술지에 게재된 사진입니다.


싱글포트수술을 통해 8cm 크기의 난소낭종 수술을 했던 환자의 배꼽사진입니다.
배꼽주름에 묻혀서 흉터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SCI급 학술지에 실린 사진입니다.

싱글포트수술은 NOTES(Natural Orifice Transillumination Endoscopic Surgery)의 일종입니다.
즉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orifice(구멍)을 통해서 수술을 하자는 것인데 질, 항문, 요도, 입, 코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서 수술을 하자는 제안입니다.
실제로 신경외과에서 코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뇌종양 수술을 하거나 비뇨기과에서 요도를 통해 전립선절제수술을 하는 등 임상에 도입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배꼽은 원래 원래가지고 있는 구멍(Natural orifice)는 아닌데 태생기때는 뚫려 있는 구멍이었다고 해서 배꼽에 내시경을 삽입해서 하는 수술은 E-NOTES(Embrionic -NOTES)수술이라 하기도 하고 그밖에 싱글포트수술은 LESS,SILS,SPAL...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NOTES의 활용법중 산부인과적으로 유용한 방법은 모델이나 연예인 지망생등 배에 어떠한 흉터를 남기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은 질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서 나팔관절제, 난소낭종절제, 충수돌기절제(맹장수술), 담낭절제술(쓸개)을 시행할수도 있습니다.
물론 질을 통해서 내시경이 삽입되므로 배에 어떠한 상처도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